저도 3월에 서킷브레이커가 걸리던 날 계좌를 안 열었습니다.
그러다 5월에 8,000선을 넘는 걸 보고는 또 다른 이유로 손을 못 댔죠.
코스피 저평가 이야기가 왜 지금 다시 나오는지, 숫자로만 짚어보겠습니다.
올해 코스피는 정말 험한 길을 걸었습니다
먼저 올해 흐름부터 정리해야 이야기가 됩니다.
1월 첫 거래일에 사상 처음으로 4,300선을 넘었고, 2월에는 6,000선까지 올라섰어요.
여기까지는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3월에 상황이 뒤집혔습니다.
3월 3일 하루에만 7.24% 빠지며 6,000선이 무너졌고,
다음 날에는 12.06% 급락해 5,093선까지 밀렸습니다.
1년 5개월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한 날이었죠.
| 시기 | 지수 흐름 |
|---|---|
| 1~2월 | 4,300선 돌파 후 6,000선 진입 |
| 3월 | 5,093선까지 급락, 서킷브레이커 발동 |
| 4~5월 | 6,000선 회복 후 7,000·8,000선 돌파 |
| 6월 | 9,000선 일시 돌파, 변동성 극대화 |
| 7월 | 8,000·7,000선 붕괴, 6,000선 일시 이탈 |
| 8월 26일 | 6,808.21 마감, 외국인 매도세 둔화 |
한 해 안에 4,300에서 9,000까지 갔다가 다시 6,000선대로 돌아온 겁니다.
이런 장에서는 아무리 좋은 논리도 마음에 잘 안 와닿아요.
그럼에도 저평가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국제 비교에서 나온 숫자
가장 자주 인용되는 자료는 보스턴컨설팅그룹이 6월에 낸 보고서입니다.
한국 저PBR 기업의 가치 제고를 주제로 한 내용이었어요.
이 보고서는 코스피가 1년 만에 3배 이상 올랐음에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올해 실적 추정치 기준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은 1.9배였는데,
미국은 4.9배, 대만 4.0배, 인도 2.8배, 유럽은 2.2배였거든요.
| 구분 | PBR | 비고 |
|---|---|---|
| 미국 | 4.9배 | 가장 높은 프리미엄 |
| 대만 | 4.0배 | 반도체 비중 높은 시장 |
| 인도 | 2.8배 | 신흥국 대표 |
| 유럽 | 2.2배 | 선진국 평균권 |
| 한국 | 1.9배 | 반도체 제외 시 1.2배 |
더 눈에 띄는 대목은 그다음입니다.
반도체를 빼면 2026년 예상 PBR이 1.2배로 떨어지고,
반도체와 방산, 조선, 원자력 네 섹터를 모두 빼면 1.0배에 불과했습니다.
지수를 끌어올린 건 소수의 섹터였다는 뜻입니다.
진짜 핵심은 평균이 아니라 64%입니다
저는 이 숫자에서 가장 많은 걸 배웠습니다.
코스피 전체 상장사 중 PBR 1배 미만인 기업이 2025년 말 기준 541개였어요.
2024년 553개에서 소폭 줄었을 뿐, 여전히 전체의 64%입니다.
PBR 1배 미만이라는 건 회사가 가진 순자산보다 시가총액이 작다는 뜻이죠.
쉽게 말해 회사를 통째로 사서 자산만 팔아도 남는 계산이 나오는 상태입니다.
그런 기업이 열 곳 중 여섯 곳이라는 이야기예요.
보고서가 제시한 2차 재평가 조건
- 비핵심 사업 정리를 통한 자본 효율성 개선
- 자사주 매입과 소각으로 주식 수 축소
- 배당 확대를 통한 총주주수익률 제고
- 같은 이익을 더 적은 자본으로 만드는 구조 전환
참고 사례로는 일본이 언급됐습니다.
닛케이225 지수가 2013년 말 1만5000선에서 2026년 5월 6만2000선으로 네 배 이상 올랐다는 내용이었어요.
제도와 기업의 노력이 함께 움직인 결과라는 분석이었습니다.
놓치면 안 될 자료입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는 거래소 공식 채널에서 직접 보실 수 있습니다.
수급으로 본 시각도 있습니다
밸류에이션 말고 수급 쪽에서도 근거가 나왔습니다.
7월 말 한 증권사 리포트가 외국인 매도 강도를 분석했는데,
최근 60일 외국인 순매도 규모를 시가총액으로 나눈 비율이 약 마이너스 2%였습니다.
이 수준의 매도가 나왔던 시기가 2005년 이후 네 번뿐이었어요.
2007년 8월, 2008년 1월, 2008년 10월, 그리고 2020년 5월입니다.
전부 시장이 크게 흔들리던 국면이었죠.
당시 분석은 이런 과매도 구간 뒤에는
1~3개월 안에 매도 압력이 완화되며 지수가 반등하는 패턴이 반복됐다고 봤습니다.
20일과 60일 이격도 역시 금융위기와 코로나 국면을 빼면 경험적 바닥권이라는 설명이었고요.
다만 같은 리포트가 8~9월 반등 과정에서
외국인 차익 실현 매도가 다시 나올 수 있다며 리스크 관리를 당부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전략으로는 6,000선 매수, 8,000선 점진적 매도를 제시했습니다.
반대편 이야기도 들어보셔야 합니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지금 다 사야 할 것 같죠.
그런데 같은 숫자를 다르게 읽는 시각도 분명히 있습니다.
저평가 논리에 붙는 반론
- 1년 만에 3배 이상 오른 뒤의 조정이라 역사적 저점과는 다릅니다
- PBR 1.9배는 코스피의 과거 평균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가 아닙니다
- PBR 1배 미만이 오래 이어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기업도 많습니다
-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과 반도체 관세 이슈가 아직 열려 있습니다
- 지수가 싸다는 말이 내 종목이 싸다는 뜻은 아닙니다
특히 마지막 항목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수 저평가론은 시장 전체에 대한 이야기예요.
개별 종목은 각자의 이유로 싸거나 비쌉니다.
싼 데는 이유가 있는 경우도 많고, 그 이유가 해소되지 않으면 몇 년째 그대로입니다.
자산가치 이하에서 거래되는 기업이 541개나 된다는 건
뒤집어 보면 시장이 그만큼 오래 그 상태를 유지해왔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래서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요
저는 이런 국면에서 두 가지를 나눠 생각합니다.
지수를 살 것인가, 종목을 살 것인가.
지수로 접근한다면
저평가 논리를 믿는다면 개별 종목보다 지수 상품이 논리에 더 맞습니다.
시장 전체가 재평가된다는 주장이니까요.
한 종목의 사정 때문에 논리가 깨질 위험도 줄어듭니다.
종목으로 접근한다면
PBR이 낮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회사가 실제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해요.
자사주를 사서 소각했는지, 배당을 늘렸는지, 비핵심 사업을 정리했는지.
이런 내용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에 담깁니다.
숫자가 아니라 행동을 보는 게 핵심입니다.
지표로 걸러낸 종목 목록이 궁금하시다면 따로 정리해뒀습니다.
올해 장을 겪으며 배운 솔직한 후기
저는 3월 급락 때 아무것도 못 했습니다.
무서워서 못 샀고, 팔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5월에 지수가 8,000선을 넘는 걸 보고는 뒤늦게 따라 들어갈 뻔했습니다.
결국 7월에 다시 6,000선으로 밀리는 걸 보면서
저평가냐 고평가냐를 맞히려는 시도 자체가 무리라는 걸 인정했습니다.
한 해 안에 지수가 두 배 가까이 벌어지는 장에서는 더 그렇더군요.
지금은 매달 정해진 금액을 나눠 넣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지수가 싸 보일 때도, 비싸 보일 때도 같은 금액을 넣어요.
성적이 극적이진 않지만 마음이 편하고, 무엇보다 시장에 계속 남아 있게 되더라고요.
고점인지 저점인지 판단이 어렵다면 분할 매수 이야기가 도움이 될 겁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PBR 1배 미만이면 무조건 싼 건가요?
아닙니다. 자산은 많은데 그 자산으로 이익을 못 내는 기업도 PBR이 낮게 나옵니다. 오래된 설비나 팔기 어려운 부동산이 자산에 잡혀 있는 경우도 있고요. PBR과 함께 자기자본이익률과 주주환원 정책을 같이 보셔야 판단이 됩니다.
Q2. 지금 들어가면 늦은 건가요?
1년 만에 3배 이상 오른 뒤 조정을 받은 자리라 역사적 바닥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반면 외국인 매도 강도는 과거 네 차례 위기 국면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왔어요. 두 사실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한 번에 결정하지 마시고 기간을 나눠 접근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Q3. 개별 종목과 지수 상품 중 어느 쪽이 나을까요?
저평가 해소 논리에 베팅하시는 거라면 지수 쪽이 논리에 더 맞습니다. 개별 종목은 회사마다 사정이 달라 시장이 올라도 혼자 안 오르는 경우가 흔하거든요. 종목으로 가신다면 밸류업 공시에서 실제 실행 내역을 확인하는 절차를 꼭 거치시길 권합니다.
마무리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국제 비교에서 한국 시장의 PBR은 낮은 편이고,
상장사의 64%가 여전히 자산가치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외국인 매도 강도는 과거 위기 국면과 견줄 수준까지 나왔습니다.
다만 코스피 저평가라는 말이 곧 지금이 바닥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1년 만에 지수가 두 배 넘게 벌어졌던 장이니까요.
방향이 맞다고 보시면 한 번에 넣지 마시고 기간을 나누세요.
맞히는 것보다 남아 있는 게 결국 더 중요하더라고요.
투자 유의사항
본 글은 공개된 보고서와 뉴스, 공시 자료를 정리한 정보성 콘텐츠이며 특정 종목이나 상품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언급된 지수와 밸류에이션 수치는 각 자료의 발표 시점 기준이라 현재와 다를 수 있고, 증권사 전망은 특정 가정 위에서 산출된 견해입니다. 최종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