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덩이를 정성껏 쓰다듬어도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2011년 주주서한에서 금 투자에 대해 남긴 유명한 말입니다. 그는 평생 금 투자를 비판해왔고, “당신을 바라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을 ‘영혼 없는 투자’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2020년,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세계 2위 금광 회사 배릭골드에 약 6,7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금을 평생 싫어하던 버핏이 갑자기 금광 주식을 산 이유는 무엇일까요?
2026년 현재, 금값은 온스당 4,800달러를 넘어섰고 전문가들은 5,000달러 돌파를 예상합니다. 버핏의 금에 대한 생각이 정말 바뀐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워런 버핏이 금을 싫어한 3가지 이유
버핏의 투자 철학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가 어떤 자산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는 “생산 자산”에만 투자합니다.
1. 금은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
버핏이 금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코카콜라 주식을 사면 회사가 콜라를 팔아서 이익을 내고 배당을 줍니다. 농지를 사면 농작물이 나옵니다. 아파트를 사면 임대료가 나옵니다.
하지만 금은 어떨까요? 금을 사서 금고에 넣어두면 10년이 지나도 100년이 지나도 여전히 같은 양의 금입니다. 아무런 현금흐름(cash flow)이 없습니다.
버핏은 2011년 주주서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계에 유통되는 17만 톤의 금은 100년이 지나도 크기가 그대로이며 아무런 생산적 가치를 제공하지 못합니다.”
2. 금 투자는 ‘더 큰 바보’ 이론에 의존한다
버핏은 금 투자자들이 미래에 다른 사람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것이라는 믿음만으로 매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Greater Fool Theory (더 큰 바보 이론)”이라고 부릅니다. 자신보다 더 바보인 사람이 나타나서 더 비싼 가격에 사줄 거라는 기대로 투자하는 것입니다.
반면 코카콜라 주식은 회사가 계속 이익을 내고 배당을 주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사주지 않아도 보유 자체로 가치가 있습니다.
3. 금에 투자하는 건 두려움 때문이다
버핏은 2009년 CNBC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낄 때만 금을 산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금값이 급등하는 시기를 보면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불확실한 시기였습니다. 버핏은 이런 공포에 의한 투자를 “밴드웨건 효과”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버핏이 좋아하는 자산 vs 싫어하는 자산
| 생산 자산 (좋아함) | 비생산 자산 (싫어함) |
|---|---|
| 주식 – 배당금 지급 | 금 – 현금흐름 없음 |
| 농지 – 농작물 생산 | 비트코인 – 산출물 없음 |
| 부동산 – 임대료 발생 | 미술품 – 감상용 |
| 사업 – 현금 창출 | 수집품 – 가치 판단 의존 |
버핏의 유일한 예외: 1997년 은 투자
흥미롭게도 버핏은 1997년에 1억 2,970만 온스의 은을 매입했습니다. 금속 투자를 싫어하는 그가 왜 은을 샀을까요?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은 수요가 생산량을 초과했고, 재활용이 활발했습니다. 즉, 산업적 용도가 뚜렷하고 공급-수요 불균형이 있었던 것입니다.
버핏은 온스당 6달러 미만에 매입해서 곧 되팔아 차익을 챙겼습니다. 9년 후 그는 “나는 당시 실버 킹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 사례는 버핏이 원자재 자체를 절대 투자하지 않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하지만 명확한 수급 불균형이나 가격 왜곡이 있을 때만 단기 차익거래로 접근했습니다.
2020년 충격: 버핏이 배릭골드를 산 이유
2020년 8월, 버크셔 해서웨이가 SEC에 제출한 보고서는 시장에 충격을 줬습니다. 캐나다 금광 회사 배릭골드(Barrick Gold) 주식 2,090만주, 약 5억 6,500만 달러(약 6,700억원) 어치를 매입한 것입니다.
전체 발행주식의 1.2%에 불과하고, 버크셔 해서웨이 포트폴리오의 0.3%에 불과했지만 상징성은 컸습니다. 금을 평생 비판해온 버핏이 금광 회사를 산 것이었으니까요.
배릭골드 투자의 진짜 이유
많은 사람들이 “버핏이 금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고 해석했지만, 전문가들은 다르게 봤습니다.
첫째, 버핏은 금 자체가 아니라 금광 회사에 투자했습니다. 배릭골드는 코카콜라처럼 배당을 주는 회사입니다. 2020년 2분기에 배당금을 14% 인상해서 주당 0.08달러를 지급했습니다.
둘째, 2020년 당시 금 평균 판매가격(ASP)이 온스당 1,725달러로 9% 상승한 반면, 생산비용(AISC)은 1,031달러로 거의 안정돼 있었습니다. 이익률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었습니다.
셋째, 배릭골드는 재무구조가 탄탄했습니다. 67억 달러의 유동성과 37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했고, 2033년까지 상환할 부채가 없었습니다.
즉, 버핏은 금이 좋아서 산 게 아니라 배당을 주는 우량 금광 회사가 저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해서 산 것입니다.
그런데 6개월 만에 다 팔았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버핏이 배릭골드 주식을 단 두 분기, 6개월 만에 전량 청산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버핏의 투자 철학과 맞지 않습니다. 그는 “10년 이상 보유할 생각이 없으면 단 10분도 투자하지 마라”고 말한 사람입니다.
결국 배릭골드 투자는 장기 투자가 아니라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의 단기 차익거래였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코로나19 기간 동안 금값이 크게 상승한 덕에 충분한 수익을 거뒀습니다.
| 시기 | 버핏의 행동 | 의미 |
|---|---|---|
| 2020년 8월 | 배릭골드 주식 2,090만주 매입 | 금값 상승 + 배당 + 저평가 |
| 2020년 Q3~Q4 | 6개월 만에 전량 매도 | 단기 차익거래 완료 |
| 2020년 동시기 | 웰스파고, JP모건 등 은행주 대거 매도 | 금융 섹터 비중 축소 |
버핏이 정말 틀렸을까? 금 투자자들의 반박
버핏의 금 비판에 대해 금 투자자들은 강하게 반박합니다.
1. 금의 목적은 생산이 아니라 가치 저장
US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 프랭크 홈즈는 “버핏은 금에 대해 잘못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금의 목적은 생산 능력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안전 자산이라는 사실에서 가치를 갖습니다. 버핏은 항상 금이 수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금의 역할을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2. 역사적으로 금은 인플레이션을 방어했다
금값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따라갑니다. 1971년 온스당 35달러였던 금은 2026년 4,8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55년 동안 약 137배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달러의 구매력은 약 85% 하락했습니다. 1971년의 1달러가 2026년에는 약 0.15달러의 가치밖에 안 됩니다. 금을 보유했다면 구매력을 지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3.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
금은 주식시장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주식이 폭락할 때 금값은 오릅니다.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2022년 고금리 시기에 모두 금이 방어막 역할을 했습니다.
포트폴리오에 5~10%만 금을 넣어도 전체 변동성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투자 대가들의 금 투자 견해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창업자): “금은 모든 포트폴리오에 있어야 하는 필수 자산입니다. 통화 가치 하락에 대한 유일한 방어책입니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 캐피탈): “금은 보험입니다. 보험에 가입했는데 사고가 안 나면 손해일까요? 아닙니다. 안심을 산 것입니다.”
워런 버핏: “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주식이 훨씬 낫습니다.”
2026년 현재, 버핏의 생각은 바뀌었을까?
2025년 9월 출간된 ‘워런 버핏 바이블’에서 버핏의 입장은 여전히 확고합니다.
“금 역시 용도가 많지 않고 산출물도 나오지 않습니다. 세계에 유통되는 17만 톤의 금은 100년이 지나도 크기가 그대로이며 아무런 생산적 가치를 제공하지 못합니다.”
그는 여전히 “금 17만 톤이면 미국의 모든 농경지를 포함해 엑손모빌과 같은 회사 16개를 살 수 있다”면서 산출물이 있는 자산이 훨씬 더 가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도 2024~2025년 버핏의 행보가 흥미롭다
버핏은 2024년부터 애플 주식을 4분기 연속 매도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금융주 보유량도 대거 줄였습니다.
그리고 22년 만에 처음으로 채권 투자에 나섰습니다. 2025년 9월 기준 버크셔의 채권 투자액은 3,040억 달러로 주식 투자액 2,716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이것은 미국 주식시장이 고평가되었다는 경고로 해석됩니다. S&P500 수익률이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과 큰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주식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판단입니다.
만약 버핏이 “주식도 별로, 채권으로 도피”하는 상황이라면, 다음 위기 때는 배릭골드처럼 금광 주식에 다시 투자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버핏 vs 금, 누가 옳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투자 목적이 다를 뿐입니다.
버핏이 옳은 경우: 장기 자산 증식
버핏처럼 40~50년 장기 투자로 자산을 불리고 싶다면 주식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1965년부터 2025년까지 60년 동안 연평균 약 20% 수익을 거뒀고, 누적 수익률은 약 550만%입니다. 1965년에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2025년에는 550억원이 된 것입니다.
같은 기간 금에 투자했다면? 1965년 온스당 35달러였던 금은 2026년 4,800달러로 약 137배 상승했습니다. 100만원이 1억 3,700만원이 됐을 것입니다. 물론 대단하지만 주식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금 투자자들이 옳은 경우: 자산 보호와 위기 대비
하지만 모든 사람이 버핏처럼 60년을 투자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특히 50~60대 은퇴 앞둔 사람들은 자산을 불리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중요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S&P500은 -37% 폭락했지만, 금은 +5.8% 올랐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때 S&P500이 3월에 -34% 폭락할 때 금은 +3% 올랐습니다.
은퇴자금 2억원을 가진 60대가 주식에 올인했다가 반토막 나면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금을 20% 보유했다면 손실을 완충할 수 있습니다.
| 투자 목표 | 추천 전략 | 이유 |
|---|---|---|
| 40년 이상 장기 자산 증식 | 버핏 방식: 주식 100% | 복리 효과가 압도적 |
| 10~20년 중장기 투자 | 주식 80% + 금 10% + 채권 10% | 성장과 안정의 균형 |
| 은퇴 앞둔 자산 보호 | 주식 50% + 금 20% + 채권 30% | 변동성 최소화 |
| 위기 대비 보험 | 금 5~10% 항상 보유 | 폭락 시 방어막 |
2026년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교훈
1. 버핏을 맹신하지 마라
버핏은 위대한 투자자지만 전지전능하지 않습니다. 그도 실수합니다. 2020년 항공주를 바닥에 전량 매도한 건 그의 최악의 판단 중 하나였습니다.
버핏 자신도 “애플을 판 것은 실수였다”고 인정한 적이 있습니다. 그의 원칙을 배우되, 맹목적으로 따라할 필요는 없습니다.
2. 자신의 투자 목적을 명확히 하라
30대가 은퇴자금을 모으는 것과 60대가 은퇴자금을 지키는 건 완전히 다른 게임입니다.
버핏은 95세까지 현역이고, 버크셔 해서웨이는 영구 보유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10~20년 안에 돈을 써야 합니다. 투자 전략이 달라져야 합니다.
3. 금은 ‘보험’이다
금 투자를 주식처럼 수익을 내려는 목적으로 하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금은 보험입니다.
자동차 보험에 가입했는데 사고가 안 나면 손해일까요? 아닙니다. 안심을 산 것입니다. 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 위기가 안 와도 괜찮습니다.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산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버핏처럼 투자하려면 금을 사면 안 되나요?
A. 버핏처럼 40~50년 장기 투자할 수 있고, 중간에 폭락해도 견딜 수 있다면 주식 100%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포트폴리오의 5~10%는 금으로 분산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Q2. 버핏이 배릭골드를 다시 살 가능성은?
A. 가능성은 있습니다. 버핏은 금 자체는 싫어하지만, 배당을 주는 금광 회사가 저평가되면 살 수 있다는 걸 2020년에 증명했습니다. 다만 장기 보유는 아닐 것입니다.
Q3. 2026년에는 주식과 금 중 뭐가 더 유리할까요?
A. 미국 주식이 고평가된 상황에서 2026년은 금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습니다. JP모건은 금값이 온스당 5,055달러까지 갈 것으로 전망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주식이 유리합니다.
마무리
워런 버핏은 금을 싫어합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금은 배당도 안 주고, 이익도 안 내고, 그냥 반짝이며 앉아 있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2020년 배릭골드 투자는 버핏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금 자체는 싫어하지만, 금광 회사가 저평가되고 배당을 주면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26년 현재, 금값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고 5,000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습니다. 버핏의 투자 철학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30대 직장인이 버핏처럼 주식 100% 투자해도 됩니다. 하지만 50~60대 은퇴 앞둔 사람이라면 포트폴리오의 10~20%는 금으로 분산하는 게 현명합니다.
투자의 정답은 하나가 아닙니다. 버핏의 원칙을 배우되, 자신의 상황에 맞게 응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