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친구 D가 카페에서 엑셀 파일을 열어 보여줬습니다. 계산은 깔끔했습니다. 신용대출 1억 원, 금리 5.5%, 연 이자 550만 원. 이 돈으로 배당률 8%짜리 고배당주와 월배당 상품을 사면 연 배당 800만 원. “이자 내고도 250만 원이 앉아서 들어와. 은행 돈으로 배당 파이프라인 만드는 거지. 이거 안 하는 사람이 바보 아니야?”
지난달, D와 1년 결산을 했습니다. 결과는 250만 원 수익이 아니라 770만 원대 손실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D의 엑셀에 틀린 셀은 하나도 없었다는 겁니다. 문제는 계산이 아니라 계산에 넣지 않은 항목들이었죠. 오늘은 D의 결산표를 공개하고, ‘이자보다 배당이 크니까 남는 장사’라는 계산식에 뚫려 있는 네 개의 구멍을 하나씩 짚습니다. 요즘 유튜브와 커뮤니티에 이 전략이 다시 유행하고 있어서, 시기적으로도 꼭 필요한 글입니다.
D의 1년 결산표: 엑셀과 현실의 차이
| 항목 | 계획 (엑셀) | 실제 (1년 후) |
|---|---|---|
| 배당 수입 | +800만 원 | 세후 +677만 원 (15.4% 원천징수) |
| 대출 이자 | −550만 원 | −550만 원 (변동 없었던 게 그나마 다행) |
| 스프레드 | +250만 원 | +127만 원 (계획의 절반) |
| 주가·NAV 변동 | 계산에 없음 | −900만 원 (평가손 −9%) |
| 합계 | +250만 원 | −773만 원 (+ 대출 1억은 그대로) |
표의 넷째 줄이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D의 엑셀에는 배당과 이자, 두 개의 ‘흐름’만 있었고 원금이라는 ‘덩어리’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 배당-이자 스프레드는 몇 퍼센트포인트 단위이고, 주가 변동은 원금 전체에 붙습니다. 2%대 스프레드를 먹으려고 1억 전체의 가격 변동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라, 주가가 조금만 미끄러져도 몇 년 치 스프레드가 한 번에 지워집니다. D는 -9%였으니, 계획대로 매년 250만 원을 벌었다 해도 복구에 3년이 걸리는 손실을 첫해에 받은 셈입니다.
‘남는 장사’ 계산식의 네 가지 구멍
구멍 ① 세전 배당과 세후 이자를 비교했습니다. 배당 8%는 세전 숫자입니다. 배당소득세 15.4%를 떼면 실수령은 6.77%. 반면 대출 이자 5.5%는 한 푼도 깎이지 않는 확정 비용입니다. 게다가 개인이 주식 사려고 빌린 돈의 이자는 배당소득에서 비용으로 공제되지 않습니다. D가 믿었던 2.5%p 스프레드는 세금 하나만 반영해도 1.3%p로 반토막 났습니다. 8% vs 5.5%가 아니라 6.77% vs 5.5%의 게임이었던 겁니다.
구멍 ② 배당은 약속이 아니고, 이자는 약속입니다. 이자는 계약서에 적힌 확정값이지만, 배당은 이사회가 매번 다시 정하는 변동값입니다. 실적이 꺾이면 배당컷이 오고, 커버드콜류 월배당 상품의 분배금은 시장 상황 따라 더 크게 출렁입니다. 즉 이 전략은 확정 비용으로 변동 수입을 사는 구조라서, 계획이 가장 잘 맞아야 본전 근처이고 어긋나면 전부 아래쪽으로 어긋납니다. 여기에 변동금리 대출이라면 비용 쪽마저 변동이 되는데, 하필 금리가 오르는 국면은 고배당주 주가가 눌리는 국면과 겹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입은 줄고 비용은 늘어나는 이중 타격이 같은 타이밍에 옵니다.
구멍 ③ 분배율이 높을수록 함정도 깊습니다. D의 포트폴리오에서 손실이 가장 컸던 건 분배율 12%짜리 커버드콜 상품이었습니다. 은퇴자 편에서 다뤘듯, 초고분배 상품의 분배금에는 원금(NAV)을 헐어 주는 성격이 섞일 수 있습니다. 그 분배금으로 대출 이자를 내는 건, 결국 내 원금을 쪼개 은행 이자를 갚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통장에는 매달 돈이 들어오니 전략이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동안 NAV가 흘러내리는 걸 D는 반년 넘게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구멍 ④ 배당이 커질수록 국가의 청구서도 커집니다. 연 배당 800만 원은 금융소득 1,000만 원 절벽의 코앞입니다. 예금 이자 등이 합쳐져 이 선을 넘으면 지역가입자 건보료 산정에 전액이 잡히고, 2,000만 원을 넘으면 종합과세로 넘어갑니다. 직장인도 안심할 수 없는 게, 보수 외 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으면 건보료가 추가로 부과됩니다. 대출 배당 전략은 규모를 키워야 스프레드가 유의미해지는데, 규모를 키우는 순간 세금과 건보료가 스프레드를 다시 갉아먹는 자기모순이 있습니다.
그래도 하고 싶다면: 매수 전 5문 자가 검증
대출 배당 전략을 완전히 부정하려는 건 아닙니다. 기관들도 조달 비용과 배당 수익의 차이를 먹는 캐리 전략을 씁니다. 다만 그들은 조달 금리가 개인보다 훨씬 낮고, 헤지 수단이 있으며, 손실 한도 규칙이 있습니다. 개인이 이 셋 없이 흉내 내려면 최소한 아래 다섯 질문은 통과해야 합니다.
| 질문 | 통과 기준 |
|---|---|
| ① 세후 스프레드는? | 배당 × 0.846 − 대출금리로 계산해도 유의미하게 플러스인가 |
| ② 배당컷 시나리오는? | 배당이 30% 삭감돼도 이자를 감당할 다른 현금흐름이 있는가 |
| ③ 주가 −20% 계획은? | 평가손 구간에서 버틸지 접을지의 조건이 문장으로 적혀 있는가 |
| ④ 금리는 고정인가? | 변동금리라면 +1.5%p 상승 시에도 스프레드가 남는가 |
| ⑤ 절벽 체크 | 배당+이자소득 합계가 1,000만·2,000만 라인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
그리고 순서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 다섯 관문을 다 통과할 실력과 자금 계획이 있는 분이라면, 대출보다 먼저 할 일이 있습니다. ISA·연금계좌 같은 절세 그릇부터 채우는 것입니다. 같은 배당이라도 절세계좌 안에서는 15.4% 원천징수와 건보료 산정에서 벗어나므로, 세후 수익률 자체가 대출 스프레드보다 확실하고 큽니다. 리스크 없이 확보되는 수익을 두고 리스크를 사는 건 순서가 뒤바뀐 겁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리츠나 인프라펀드처럼 배당이 안정적인 자산이면 괜찮지 않나요?
A. 배당의 변동성은 줄지만 구조의 문제는 남습니다. 리츠 역시 금리 상승기에 주가가 크게 눌리는 자산이라 ‘수입은 안정적인데 원금이 흔들리는’ 패턴은 동일하고, 오히려 대출 금리와 리츠 주가가 같은 변수(금리)에 반대로 움직여 이중 노출이 됩니다. 자산의 배당 안정성은 이 전략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원금 변동과 이자 확정성이라는 본질은 어떤 고배당 자산으로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Q2. 저금리로 빌릴 수 있으면 해볼 만하지 않나요? 사내대출이 3%대인데요.
A. 조달 금리가 낮을수록 계산은 분명 나아집니다. 다만 그 경우에도 위 5문 검증, 특히 ③번(주가 -20% 계획)은 면제되지 않습니다. 스프레드가 4%p여도 첫해에 -20%를 맞으면 5년 치가 지워지는 산수는 같으니까요. 저금리 조달이 가능하다면 규모를 욕심내지 말고, 잃어도 생활이 흔들리지 않는 금액으로 ‘스프레드+주가 회복’을 함께 기대하는 장기 계획으로 접근해야 하며, 상환 재원은 배당이 아니라 근로소득 기준으로 설계돼야 안전합니다.
Q3. 이미 대출로 배당주를 들고 있습니다. 청산 기준이 있을까요?
A. 세 가지를 점검하세요. ① 세후 배당으로 이자가 계속 커버되는가(안 되면 구조 실패 — 축소), ② 분배금 재원이 원금 잠식형은 아닌가(맞다면 해당 상품부터 정리), ③ 이 포지션 때문에 잠을 설치거나 추가 대출을 검토 중인가(그렇다면 규모가 이미 능력을 초과). 셋 중 하나라도 걸리면 ‘배당 받는 중이니 유지’가 아니라, 수익 여부와 무관하게 대출 원금부터 줄이는 게 순서입니다. 빚이 있는 포트폴리오의 제1 목표는 수익이 아니라 생존입니다.
마치며
결산을 마친 D가 엑셀 파일을 닫으며 말했습니다. “내 계산엔 다 있었는데, 딱 하나가 없었네. 세상이 내 계산대로 안 움직일 가능성.” 대출 배당 전략의 진짜 문제는 수익률이 아니라, ‘남는 장사’라는 확신이 리스크 항목을 엑셀에서 지워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배당 파이프라인은 훌륭한 목표입니다. 다만 그 파이프는 은행 돈이 아니라 시간과 적립으로 놓는 것이고, 첫 번째 관은 언제나 절세계좌입니다. 지금 비슷한 엑셀을 만들고 계시다면, 넷째 줄에 ‘주가 변동’ 항목부터 추가해 보세요. 그 셀 하나가 결론을 바꿀 겁니다.
기업별 배당 이력과 배당락일 정보는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본문의 사례와 계산은 개인 식별이 불가능하도록 각색·단순화된 예시이며, 실제 세금·건강보험료·대출 조건은 개인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출을 활용한 투자는 원금 손실 시 채무가 남는 고위험 방식입니다.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