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아이콘을 눌렀다가 홈 화면으로 돌아온 적이 몇 번인지 모르겠습니다.
숫자를 확인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 줄 몰랐습니다.
왜 못 열었는지, 그리고 결국 어떻게 열었는지 적어봅니다.
투자를 하다 보면 이상한 시기가 옵니다.
손실이 났는데도 확인을 미루게 되는 구간입니다.
주식 손실보다 그 회피가 더 오래 남았습니다.
처음엔 하루만 미뤘습니다
급락이 시작된 날은 그래도 봤습니다.
얼마나 빠졌는지 확인은 했습니다.
문제는 다음 날이었습니다.
또 빠졌다는 뉴스를 보고 앱을 열지 않았습니다.
내일 반등하면 그때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보면 기분만 나빠질 테니까요.
그런데 그 하루가 사흘이 되고 일주일이 됐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열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부담이 됐습니다.
안 보는데도 계속 신경이 쓰였습니다
이게 가장 이상했습니다.
확인을 안 하면 편할 줄 알았는데 반대였습니다.
증시 뉴스는 여전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수가 몇 퍼센트 빠졌다는 헤드라인을 볼 때마다 계산이 됐습니다.
정확한 숫자를 모르니 오히려 최악을 상정하게 됐습니다.
실제보다 더 나쁘게 생각한 날도 많았습니다.
💡 나중에 알게 된 것
- 모르는 상태가 아는 상태보다 편하지 않았습니다
- 숫자가 없으니 불안이 계속 커졌습니다
- 확인을 미룰수록 열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 회피는 문제를 없애는 게 아니라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사이 시장은 이렇게 움직였습니다
제가 눈을 감고 있던 기간에 벌어진 일입니다.
지난 7월 마지막 주가 특히 그랬습니다.
| 날짜 | 코스피 | 비고 |
|---|---|---|
| 7월 24일 | -5.72% | 외국인 3조 2,683억 순매도 |
| 7월 28일 | -10.84% | 서킷브레이커 발동 |
| 7월 29일 | -5.98% | 사상 최대 실적 발표에도 하락 |
| 7월 31일 | 장중 +17.07% | 역대 최고 상승률 |
나흘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28일 하락률 10.84%는 1980년 집계 이래 역대 4번째였습니다.
그리고 31일에는 SK하이닉스가 17년 만에 상한가를 기록했고 삼성전자는 26.8% 급등했습니다.
제가 계좌를 안 보는 동안 계좌는 알아서 빠지고 알아서 올랐습니다.
제 확인 여부와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
결국 연 날, 예상보다 나았습니다
석 달쯤 지나 열었습니다.
계기랄 것도 없었습니다.
그냥 어느 날 저녁에 눌렀습니다.
그리고 조금 허탈했습니다.
제가 머릿속으로 그리던 숫자보다 나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 반등이 있었다는 걸 몰랐던 것입니다.
석 달 동안 매일 조금씩 걱정했는데, 그 걱정의 상당 부분이 근거가 없었습니다.
다행이었던 것과 위험했던 것
다행이었던 것
안 봤기 때문에 팔지 않았습니다.
그게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됐습니다.
7월 급락 구간에서 반대매매를 당했거나 공포에 정리한 계좌들이 있었습니다.
그 계좌들은 31일 반등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수급을 보면 확인됩니다.
반등 당일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만 5조 7,000억원 넘게 순매수하는 동안 개인은 대규모 순매도로 대응했습니다.
위험했던 것
그런데 이건 운이었습니다.
반대 상황이었다면 훨씬 나빠졌을 수 있습니다.
⚠️ 확인을 미루면 놓치는 것들
- 신용융자가 있었다면 담보비율 통보를 못 봤을 수 있습니다
- 보유 종목에 중대한 악재가 생겨도 모르고 지나갑니다
- 배당 기준일이나 권리 관련 일정을 놓칩니다
- 정리해야 할 종목을 그대로 두게 됩니다
특히 첫 번째가 무섭습니다.
반대매매는 확인 여부와 무관하게 진행됩니다.
안 보고 있는 사이에 계좌가 정리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회피가 생기는 이유
자료를 찾아보니 이 행동에는 이름이 있었습니다.
손실을 확인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 미루게 되는 현상입니다.
연구에서도 관련 성향이 확인됩니다.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에서 오른 주식은 팔고 내린 주식은 붙드는 처분효과를 보인 투자자가 조사 대상의 52.2%였습니다.
그리고 이 성향이 강할수록 성과가 저조했습니다.
손실을 마주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판단을 미루게 만드는 것입니다.
즉 제가 특별히 나약했던 게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 사실을 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바꿨습니다
다시 그 상태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몇 가지를 정했습니다.
| 바꾼 것 | 이유 |
|---|---|
| 확인 요일을 정함 | 매일도 아니고 회피도 아닌 중간 |
| 수익률 대신 보유 수량 확인 | 퍼센트를 보면 감정이 먼저 옴 |
| 신용융자 전액 정리 | 안 보는 사이 정리되는 일 방지 |
| 주가 알림 해제 | 알림이 회피와 폭식을 반복시킴 |
| 자동이체로 매수 | 확인 안 해도 계획이 굴러가게 |
두 번째가 의외로 효과가 있었습니다.
마이너스 몇 퍼센트라는 숫자는 감정을 자극합니다.
반면 몇 주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계좌인데 보는 항목만 바꿔도 부담이 줄었습니다.
보유 종목과 수량은 원본 데이터로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비슷한 상태라면
지금 계좌를 못 열고 계신 분이 있다면 순서를 제안드립니다.
첫째, 수익률 화면 말고 보유 종목 화면부터 엽니다.
무엇을 갖고 있는지만 확인해도 충분합니다.
둘째, 신용융자 여부를 확인합니다.
이건 미룰 수 없는 항목입니다.
셋째, 3년 안에 쓸 돈이 들어가 있는지 봅니다.
성격이 다른 자금이 섞여 있으면 판단이 흐려집니다.
넷째, 숫자를 종이에 적어봅니다.
화면으로 볼 때보다 훨씬 차분해집니다.
❗ 이것만은 확인하세요
- 신용융자와 담보비율은 회피할 수 없는 항목입니다
- 반대매매는 확인 여부와 무관하게 진행됩니다
- 잠을 못 잘 정도라면 비중이 감당 범위를 넘은 것입니다
- 혼자 감당하지 마시고 가족과 공유해보세요
- 생활비와 대출금은 어떤 경우에도 넣으면 안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안 보는 게 오히려 낫지 않나요?
확인 빈도를 줄이는 건 도움이 됩니다. 국내 개인투자자 연구에서 연 270%가 넘는 회전율 탓에 총수익률 12.3%가 순수익률 8.3%로 낮아진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다만 회피와 절제는 다릅니다. 신용융자 담보비율이나 보유 종목의 중대한 변화는 확인하지 않으면 대응할 수 없습니다. 주기를 정해두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Q2. 손실을 확인하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요?
널리 관찰되는 행동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에서 오른 주식은 팔고 내린 주식은 붙드는 처분효과를 보인 투자자가 조사 대상의 52.2%였고, 이 성향이 강할수록 성과가 저조했습니다. 손실을 마주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 판단을 미루게 되는 구조입니다. 개인의 의지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Q3. 계좌를 열었더니 손실이 크면 어떻게 하나요?
순서를 정하시면 됩니다. 먼저 신용융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정리를 우선합니다. 그다음 3년 안에 쓸 돈인지 판단하고, 그렇다면 비중을 줄이는 편이 안전합니다. 여유 자금이고 부채가 없다면 서두를 이유가 적습니다. 다만 잠을 못 자거나 일이 손에 안 잡히는 상태라면 수익률 회복보다 비중 축소를 먼저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마무리
석 달 만에 계좌를 열고 나서 배운 건 하나였습니다.
모르는 상태가 아는 상태보다 편하지 않았습니다.
숫자를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근거 없이 커집니다.
제가 상상하던 손실이 실제보다 컸습니다.
안 봤기 때문에 팔지 않은 건 결과적으로 다행이었습니다.
다만 그건 운이었지 전략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열기 어려우시다면 수익률 말고 보유 종목부터 보세요.
그리고 신용융자만은 오늘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관련 정보는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금융감독원 파인, 신용회복위원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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