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이달에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10조 원 가까이 팔았습니다.
숫자만 보면 “외국인이 한국 반도체를 떠난다”는 말이 나올 만합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다른 시장에서는 정반대 주문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팔면서 동시에 사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무슨 일인지 숫자부터 차근차근 보겠습니다.
주식은 두 달째 팔았습니다
한국거래소 집계입니다.
외국인은 9월 들어 18일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9조 9,492억 원어치 순매도했습니다.
8월에도 7조 2,189억 원을 팔았습니다.
두 달을 합치면 17조 원이 넘습니다. 개인 투자자가 불안해지는 게 당연한 규모입니다.
그런데 선물은 2조 원 넘게 샀습니다
주식을 파는 동안 선물 시장에서는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외국인은 이달 두 종목의 선물을 2조 3,456억 원 순매수했습니다.
지난달에는 2조 3,817억 원을 순매도했었습니다.
한 달 만에 파는 쪽에서 사는 쪽으로 돌아선 것입니다.
선물이 뭔가요?
미래의 정해진 날에, 지금 정한 가격으로 사고팔기로 약속하는 거래입니다. 선물을 사 두면 나중에 주가가 오를 때 이익을 봅니다. 주식을 직접 사는 것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하락에 걸었던 돈도 빠지고 있습니다
하나 더 볼 숫자가 있습니다. 공매도 잔고입니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 때 이익을 보는 거래입니다. 잔고가 많다는 건 하락을 예상하는 돈이 많다는 뜻입니다.
9월 16일 기준 두 종목의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1조 8,553억 원입니다.
이달 들어서만 1조 868억 원이 줄었습니다.
하락에 걸었던 돈이 보름 남짓한 사이에 3분의 1 넘게 빠져나간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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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팔면서 동시에 살까요
증권업계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주식을 파는 건 변동성을 줄이고 자산 비중을 다시 맞추기 위한 것입니다.
두 종목은 올해 크게 오르내렸습니다. 주식을 많이 들고 있으면 계좌 전체가 같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주식은 덜어 내고 현금을 확보합니다.
대신 적은 돈으로 가능한 선물을 사 둡니다. 주가가 반등하면 그 상승분은 놓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정리하면, 몸은 가볍게 하되 반등 자리에는 발을 걸쳐 둔 모습입니다.
확보한 현금은 상승세가 뚜렷해질 때 다시 주식을 사는 데 쓰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다만 “오른다에 걸었다”고 단정하긴 이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물러나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물 매수가 곧 상승 베팅이라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선물은 위험을 줄이는 용도로도, 현물과 가격 차이를 노리는 거래에도 쓰입니다.
시장에서도 “크게 오른다”보다는 “여기서 더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는 해석이 많습니다.
바닥을 확인하는 신호에 가깝지, 급등을 예고하는 신호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게다가 주식 매도 규모(약 10조 원)는 선물 매수 규모(약 2조 원)보다 여전히 훨씬 큽니다.
외국인은 왜 하필 반도체주를 이렇게 많이 팔았을까요
외국인 10조 매도, 그 속사정 보기
업황은 아직 꺾이지 않았습니다
수급만큼 중요한 건 반도체가 실제로 잘 팔리느냐입니다.
유안타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AI 컴퓨팅과 인프라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고 봤습니다.
근거는 네 가지입니다.
네비우스가 그래픽처리장치(GPU) 임대료를 올렸습니다.
ARM은 데이터센터용 중앙처리장치(CPU) 수요에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AMD는 AI 가속기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아마존은 데이터센터용 발전기를 장기계약으로 확보했습니다.
값을 올려도 팔리고, 몇 년 치를 미리 계약한다는 건 수요가 공급보다 앞서 있다는 뜻입니다.
최근 나온 ‘AI 투자 속도조절론’은 아직 현실이 되지 않은 걱정이라는 평가도 덧붙였습니다.
금리도 변수입니다. 미국 연준(FOMC)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뒀습니다.
다만 내년까지 계속 올리겠다고 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시장의 눈은 다시 실적과 주문이라는 숫자로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SK하이닉스인데 증권사 목표가는 세 배 넘게 차이 납니다
목표가 153만 원 vs 530만 원, 어느 쪽일까
앞으로 확인할 세 가지
첫째, 선물 순매수가 이어지는지입니다. 한 달 반짝하고 다시 매도로 돌아서면 의미가 약해집니다.
둘째, 공매도 잔고가 계속 줄어드는지입니다. 잔고가 다시 늘면 하락을 보는 돈이 돌아왔다는 뜻입니다.
셋째, 주식 매도 규모가 줄어드는지입니다. 진짜 돌아섰다면 결국 현물 매도가 먼저 잦아들어야 합니다.
여기에 10월 초로 예상되는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이 첫 번째 시험대가 됩니다.
한눈에 정리
· 외국인, 9월 1~18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 9조 9,492억 원 순매도
· 같은 기간 두 종목 선물은 2조 3,456억 원 순매수 (지난달은 순매도)
· 공매도 잔고는 이달에만 1조 868억 원 감소
· 급등 신호라기보다 “더 내려가진 않는다”는 쪽에 가까운 움직임
이 글은 한국거래소 집계와 증권사 분석을 바탕으로 정리한 참고 자료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