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급락장에 새벽 전화를 받고 나서 한동안 같은 질문이 머리를 맴돌았습니다.
왜 누구는 버티고 누구는 못 버틸까 하는 물음이었죠.
하락장 투자 심리에 대해 알게 된 것을 정리했습니다.
버티라는 조언은 흔합니다.
좋은 회사면 기다리라고들 하죠.
그런데 실제로 겪어보면 알게 됩니다.
버티는 건 마음먹기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지난달 실제로 벌어진 일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7월에 개인이 증권사에서 빌려 투자한 금액이 38조원을 넘겼습니다.
사상 최대 규모였습니다.
그런데 8월 초에는 30조원 아래로 내려앉았습니다.
한 달도 안 돼 8조원 넘게 줄어든 겁니다.
전부 스스로 갚은 돈은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사실
- 상당 부분이 반대매매로 강제 정리된 물량
- 반대매매는 내가 파는 게 아니라 증권사가 시장가로 처분
- 파는 시점을 선택할 수 없고 대개 가장 낮은 가격대에서 이뤄짐
- 멘탈이 강하든 약하든 담보비율이 무너지면 예외가 없음
이분들이 마음이 약해서 판 게 아닙니다.
버틸 수 없는 구조였을 뿐이죠.
그래서 저는 질문을 바꿨습니다.
어떻게 버티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버티게 해주느냐로요.
버틴 사람들의 공통점 세 가지
최근 화제가 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패턴이 보입니다.
공통점이 뚜렷합니다.
첫째, 빌린 돈이 아니었습니다
15년간 반도체 주식을 보유했다고 알려진 한 분의 인터뷰가 최근 방송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촬영 날짜가 중요합니다.
지난달 17일이었는데, 그날 해당 종목은 고점 대비 약 37% 하락한 상태였습니다.
그 뒤로도 더 빠져서 이달 초에는 저점을 다시 찍었고요.
그 구간에서 그냥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급하게 쓸 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상황에서 신용을 썼다면 어땠을까요.
37% 하락이면 담보비율이 무너져 선택권 자체가 사라집니다.
둘째, 다른 수입원이 있었습니다
가상자산을 8년간 보유해 화제가 된 다른 사례도 비슷합니다.
수익률이 100배까지 갔다가 30배로 줄어든 구간을 통과했습니다.
평가액으로 보면 70%가 사라진 셈이죠.
그런데 팔지 않았습니다.
방송 활동이라는 다른 수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투자 자산을 팔지 않아도 생활이 됐던 겁니다.
생활비를 투자 계좌에서 꺼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랐을 겁니다.
하락 구간에서 팔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요.
셋째, 한 종목에 전부를 걸지 않았습니다
앞선 사례에서도 주식뿐 아니라 금과 부동산에 나눠 담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 자산이 반토막 나도 전체가 무너지지 않는 구조였죠.
분산은 수익률을 낮춥니다.
대신 버틸 힘을 만들어줍니다.
구조를 표로 정리하면
| 항목 | 버틸 수 있는 구조 | 버티기 어려운 구조 |
|---|---|---|
| 자금 성격 | 몇 년간 쓸 일 없는 여유자금 | 전세금, 학비 등 용도가 정해진 돈 |
| 레버리지 | 없음 | 신용거래, 마이너스통장 |
| 생활비 출처 | 근로소득 등 별도 수입 | 투자 자산에서 인출 |
| 비중 | 전체 자산의 일부 | 한 종목에 집중 |
| 가족 공유 | 배우자와 금액 합의 | 혼자만 아는 계좌 |
오른쪽 칸에 해당하는 항목이 많을수록 하락장에서 흔들립니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조건의 문제입니다.
빌린 돈으로 투자할 때 왜 버티기 어려운지 계산으로 정리했습니다.
하락장 매수가 위험해지는 경우
싸게 사는 것 자체는 좋은 전략입니다.
다만 조건이 붙습니다.
같은 매수라도 성격이 완전히 다를 수 있거든요.
구분해 보겠습니다.
계획된 매수와 회복하려는 매수
미리 정해둔 시점에 정해둔 금액을 넣는 건 계획된 매수입니다.
반면 손실을 만회하려고 넣는 건 성격이 다릅니다.
후자는 처음 매수 이유와 무관합니다.
좋은 회사라서가 아니라 잃은 돈을 되찾으려고 사는 거니까요.
이 구간에서는 판단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남은 현금을 넣고, 부족하면 또 빌리게 됩니다.
이 신호가 보이면 멈추셔야 합니다
- 매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데 사고 있음
- 회복하면 정리하겠다는 생각을 여러 달 반복 중
- 추가 매수를 위해 대출을 알아보고 있음
- 가족에게 잔고를 보여줄 수 없는 상태
손실 회복의 산수
숫자를 알면 조급함이 줄어듭니다.
손실은 대칭이 아닙니다.
30% 잃으면 43% 올라야 본전입니다.
50%면 100%, 70%면 233%가 필요합니다.
90%를 잃으면 900%가 있어야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어느 지점부터는 회복이 아니라 멈추는 게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줍줍 전에 확인할 다섯 가지
| 확인 항목 | 기준 |
|---|---|
| 자금 성격 | 3년 이상 쓸 일이 없는 돈인가 |
| 레버리지 | 신용이나 대출이 섞여 있지 않은가 |
| 매수 이유 | 싸서가 아니라 회사를 보고 사는가 |
| 비중 | 이 종목이 전체 자산의 몇 퍼센트인가 |
| 추가 하락 여력 | 여기서 30% 더 빠져도 버틸 수 있는가 |
마지막 항목이 특히 중요합니다.
지난달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요.
7월에 저점이라고 생각했던 자리에서 더 빠진 종목이 많았습니다.
바닥인 줄 알았는데 지하가 있었던 셈이죠.
실제로 도움이 된 방법들
금액을 나눕니다
한 번에 담으면 시점이 어긋났을 때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네 번에 나누면 세 번의 기회가 더 생깁니다.
수익률은 평범해지지만 잠은 잘 잡니다.
이 교환이 생각보다 가치 있습니다.
확인 주기를 정합니다
하루에 여러 번 열어보면 판단이 흔들립니다.
지난주만 봐도 하루에 5%대 급락과 급등이 연달아 있었습니다.
19일에 정리한 계좌는 20일 반등을 보지 못했습니다.
주 1회로 줄이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실적 발표일을 달력에 적습니다
정보 없이 하락을 보면 손이 먼저 나갑니다.
반면 확인 시점을 알고 있으면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부품 기업은 5거래일 연속 급락해 39% 빠졌다가 실적 발표 다음 날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발표일을 알았다면 판단이 달랐을 겁니다.
가족과 금액을 공유합니다
혼자만 아는 계좌는 손실 구간에서 정리 시점을 놓칩니다.
말하기 두려워서 버티다 손실을 키우는 패턴이죠.
누군가 볼 거라는 사실만으로 매매가 신중해집니다.
저는 분기마다 잔고를 공유하기로 정했습니다.
계좌 확인 빈도가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한 글이 있습니다.
성공 사례를 볼 때 주의할 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버텨서 성공한 이야기만 알려진다는 점입니다.
같은 시기에 같은 종목을 산 사람은 훨씬 많았을 겁니다.
그중 끝까지 들고 있는 분이 방송에 나오는 거죠.
중간에 판 사람이나 회복하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를 생존자 편향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 결과만 보고 방법을 따라 하면 위험합니다.
조건이 같은지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기억할 문장 하나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버티는 게 아니라, 버틸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사람이 버팁니다. 멘탈을 키우려 하기보다 조건을 만드시는 게 훨씬 확실합니다. 여유자금, 레버리지 배제, 별도 수입, 분산 이 네 가지면 충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그럼 하락장에 사면 안 되나요?
조건이 갖춰져 있다면 유효한 전략입니다. 여유자금이고 레버리지가 없다면 나눠서 접근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손실을 만회하려는 목적이거나 빌린 돈이 섞여 있다면 위험이 급격히 커집니다.
Q2. 물타기와 분할 매수는 뭐가 다른가요?
계획 여부입니다. 미리 정한 시점과 금액에 따라 나눠 사는 게 분할 매수이고, 손실이 나서 급히 추가하는 건 성격이 다릅니다. 후자는 투입 원금이 늘어나 위험 노출 금액 자체가 커집니다.
Q3. 이미 손실이 크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먼저 빌린 돈이 섞여 있는지 확인하세요. 신용이나 대출이 있다면 그 부분부터 정리하는 게 우선입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 신용회복위원회(1600-5500)에서 무료로 상담받으실 수 있습니다.
마무리
정리하겠습니다.
7월에 신용융자 잔고가 8조원 넘게 줄었고 상당 부분이 강제로 정리된 물량이었습니다.
그분들이 마음이 약했던 게 아닙니다.
담보비율이 무너지면 선택권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버틴 사례들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빌린 돈이 아니었고, 다른 수입원이 있었고, 한 곳에 전부를 걸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멘탈을 단련하려 하지 마세요.
하락장 투자 심리는 마음이 아니라 여유자금과 레버리지 여부가 결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