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급락장에서 반대매매 문자를 받고 새벽에 전화를 걸어온 지인의 목소리를 아직 잊지 못합니다.
계좌가 비는 과정은 하루아침에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주식 실패가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숫자로 짚어보겠습니다.
커뮤니티에는 전 재산을 날렸다는 글이 주기적으로 올라옵니다.
읽다 보면 이야기 구조가 비슷합니다.
처음부터 무모했던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초반에는 대부분 성공했습니다.
먼저 숫자 하나만 보고 시작하겠습니다
손실은 대칭이 아닙니다.
이 사실을 모르면 뒤에 나오는 이야기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 손실률 | 원금 회복에 필요한 수익률 | 1억이 남은 금액 |
|---|---|---|
| -30% | +43% | 7,000만원 |
| -50% | +100% | 5,000만원 |
| -70% | +233% | 3,000만원 |
| -90% | +900% | 1,000만원 |
| -99% | +9,900% | 100만원 |
절반을 잃으면 두 배를 벌어야 본전입니다.
90%를 잃으면 열 배가 필요하고요.
5억이 2만원까지 줄었다면 손실률은 99.99%가 넘습니다.
회복하려면 2만5천 배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래서 어느 지점부터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물타기로 회복하려 하십니다. 하지만 손실이 70%를 넘어가면 산술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집니다. 그 시점부터는 회복이 아니라 손실을 멈추는 게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1단계, 처음엔 성공합니다
이야기는 대개 이렇게 시작합니다.
소액으로 시작해 수익이 납니다.
운이 좋았을 수도 있고 시장이 좋았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성공을 실력으로 해석한다는 점입니다.
2021년에 올라온 한 게시글이 대표적입니다.
5천만원으로 시작해 대출을 더해 투자하다 두 달 만에 5억 넘는 수익을 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그때 멈추지 않았습니다.
글 마지막 문장이 “그때 만족하고 멈췄더라면”이었습니다.
2단계, 금액을 키웁니다
수익률이 같아도 금액이 크면 결과가 다릅니다.
이 계산을 하는 순간 판이 커집니다.
1천만원으로 10%를 벌면 100만원입니다.
1억이면 1천만원이죠.
그래서 여윳돈을 전부 넣습니다.
아직 빌린 돈은 아닙니다.
3단계, 빌린 돈이 들어옵니다
여기가 갈림길입니다.
내 돈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죠.
마이너스통장을 뚫고 신용대출을 받습니다.
증권사 신용융자까지 쓰게 됩니다.
최근에도 같은 흐름이 있었습니다.
지수가 고점을 높이자 소외될 수 있다는 불안에 마이너스통장 자금이 증시로 흘러들었습니다.
여기에 원금보다 큰 금액을 투자할 수 있는 레버리지 상품까지 더해졌습니다.
빚을 활용한 투자가 빠르게 퍼졌습니다.
레버리지가 위험한 진짜 이유
- 2배 상품에서 기초자산이 50% 빠지면 원금이 사라짐
- 내 돈이 없어져도 빌린 원금은 그대로 남음
- 담보비율이 무너지면 내가 아니라 증권사가 판단해 매도
- 강제 매도는 대개 가장 낮은 가격대에서 이뤄짐
4단계, 손실이 나면 더 넣습니다
가장 위험한 단계입니다.
손실 구간에서는 판단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평균 단가를 낮추면 회복이 빠르다는 논리가 머릿속을 채웁니다.
그래서 남은 현금을 넣고, 부족하면 또 빌립니다.
문제는 이 판단이 처음의 투자 이유와 무관하다는 점입니다.
좋은 회사라서가 아니라 잃은 돈을 되찾기 위해 사는 거죠.
이때부터 원칙이 사라집니다.
매매 근거 없이 손이 먼저 나가는 상태가 됩니다.
5단계, 내가 아니라 증권사가 정리합니다
마지막은 대개 강제 매도로 끝납니다.
담보 비율이 기준 아래로 내려가면 반대매매가 실행됩니다.
내가 팔 시점을 정할 수 없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시장가로 처분됩니다.
실제로 올여름 이런 일이 대규모로 벌어졌습니다.
7월에 38조원을 넘겼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8월 초 30조원 아래로 내려앉았습니다.
줄어든 금액 상당수가 스스로 갚은 돈이 아니었습니다.
강제로 정리된 계좌가 그만큼 있었다는 뜻입니다.
빚으로 투자한 3년의 결과를 숫자로 정리한 글입니다. 지금 신용을 쓰고 계시다면 꼭 보세요.
각 단계에서 멈출 수 있는 신호
다행히 이 과정에는 여러 번의 출구가 있습니다.
단계마다 알아차릴 수 있는 신호가 있거든요.
| 단계 | 이때 나타나는 신호 |
|---|---|
| 2단계 | 수익률보다 금액을 먼저 계산하기 시작함 |
| 3단계 | 대출 이자보다 기대 수익이 크다고 계산함 |
| 4단계 | 매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데 사고 있음 |
| 4단계 | 가족에게 잔고를 보여줄 수 없는 상태 |
| 5단계 | 담보 부족 안내 문자를 받음 |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신다면 잠시 멈추시길 권합니다.
특히 세 번째와 네 번째는 이미 판단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미 손실이 크다면
여기서부터가 이 글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회복이 불가능한 손실이라도 삶은 정리할 수 있습니다.
투자로 생긴 빚도 채무조정이 가능합니다
많은 분들이 잘못 알고 계신 부분입니다.
주식이나 코인 투자로 생긴 빚은 구제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시죠.
실무는 다릅니다.
투자 실패로 생긴 채무도 개인회생 신청이 가능하다는 게 현재 법조 실무의 설명입니다.
사행성 채무라 무조건 기각된다는 말은 오래된 통념에 가깝습니다.
소득이 있다면 개인회생, 변제 능력 자체가 없다면 개인파산 쪽으로 검토합니다.
먼저 상담부터 받아보세요
혼자 계산하다 보면 답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제도를 아는 사람과 이야기하면 선택지가 생깁니다.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무료로 상담받으실 수 있습니다.
전국 지부와 전화 상담을 함께 운영합니다.
지금 도움받을 수 있는 곳
-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상담 : 1600-5500
-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상담 : 1336
- 거래 금융기관 채무조정 창구 문의
투자를 멈출 수 없다고 느끼신다면 그것도 상담 대상입니다. 의지 문제로만 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채무조정 제도의 조건과 절차를 정리해 둔 글도 함께 참고해 보세요.
제가 지키는 세 가지
저도 과거에 3단계까지 가본 적이 있습니다.
마이너스통장에서 돈을 꺼냈던 시기가 있었죠.
다행히 4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멈췄습니다.
그때 정한 원칙을 지금도 지키고 있습니다.
첫째, 빌린 돈으로는 투자하지 않습니다.
이자가 낮아 보여도 예외를 두지 않습니다.
둘째, 투자 금액 상한을 미리 정해두고 배우자와 공유합니다.
혼자만 아는 계좌를 만들지 않습니다.
셋째, 손실이 커졌을 때는 추가 매수를 하루 미룹니다.
하루 지나면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빌린 돈으로 산 주식이 오를 때가 왜 더 위험한지 정리한 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손실이 크면 계속 들고 있는 게 나을까요?
종목의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 다만 신용이나 대출로 산 물량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버티는 동안 이자가 계속 나가고 담보 비율이 무너지면 선택권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빌린 돈이 섞여 있다면 우선순위를 앞에 두시는 게 좋습니다.
Q2. 반대매매는 어떤 기준으로 실행되나요?
증권사가 정한 담보유지비율을 밑돌면 발생합니다. 부족분을 정해진 시한까지 채우지 못하면 다음 영업일에 시장가로 처분됩니다. 기준 비율은 회사마다 다르므로 거래하시는 곳에 직접 확인하셔야 합니다.
Q3. 채무조정을 받으면 앞으로 금융거래가 막히나요?
일정 기간 제약이 따르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변제를 마치면 회복 절차가 있습니다. 갚을 수 없는 빚을 그대로 두는 쪽이 장기적으로 더 불리한 경우가 많으니 상담을 통해 비교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마무리
정리하겠습니다.
계좌가 비는 과정은 다섯 단계를 거칩니다.
성공 경험, 금액 확대, 빌린 돈, 물타기, 그리고 강제 매도입니다.
어느 단계에서든 멈추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손실이 커질수록 회복에 필요한 수익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그러니 회복을 목표로 삼기보다 멈추는 걸 목표로 삼으셔야 합니다.
이미 어려운 상황이시라면 혼자 감당하지 마세요.
주식 실패로 생긴 빚도 제도적으로 정리할 수 있고, 상담은 무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