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거품이다”라는 말과 “반도체는 2034년까지 간다”는 말이 같은 주에 나란히 나왔습니다. 2026년 9월 22일 기준으로, 후자의 주장이 어떤 계산에서 나왔는지, 같은 편에 선 기관은 누구인지, 그리고 그 전망이 틀리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를 정리했습니다. 종목 추천이 아니라 ‘확인하는 순서’입니다.
3줄 요약
1. 대신증권 문남중 수석연구위원은 인터넷 18년·모바일 15년 흐름에 빗대 AI 혁명을 12년, 즉 2034년까지로 봅니다.
2. 한국은행은 반도체 확장 국면이 최소 2027년 상반기까지 이어진다고 전망에 반영했습니다.
3. 다만 같은 전문가도 후반부에는 한국 반도체가 고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2027년 6월과 2027년 말이 첫 검증 시점입니다.
“12년”은 어디서 나온 숫자일까
먼저 발언의 출처부터 확인하겠습니다. 문남중 대신증권 수석연구위원은 2026년 6월 17일 유튜브 채널 ‘경제 읽어주는 남자’에 출연해, 2022년 챗GPT 출시 이후 시작된 AI 혁명이 10~12년 정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뉴시스가 정리한 6월 17일 방송 발언과 서울신문의 같은 방송 보도에 나온 내용입니다.
근거는 과거 기술 혁명의 길이입니다. 인터넷 혁명이 약 18년, 모바일 혁명이 약 15년 이어졌으니, AI 혁명도 12년 정도는 갈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2022년에 12를 더하면 2034년이 됩니다.
| 기술 혁명 | 지속 기간(발언 기준) | 비고 |
|---|---|---|
| 인터넷 | 약 18년 | 과거 사례 |
| 모바일 | 약 15년 | 과거 사례 |
| AI | 약 12년 (2022~2034) | 전망 |
여기서 하나 짚어야 합니다. 이 숫자는 통계기관의 공식 집계가 아니라 한 증권사 연구위원의 해석입니다. 인터넷 혁명을 몇 년으로 볼지는 시작점을 언제로 잡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12년’을 사실이 아닌 하나의 계산 방식으로 다룹니다.
2026년 9월 22일에는 조선일보 영문판이 같은 전문가의 “AI 거품론은 근거가 없고 반도체 성장은 2034년까지”라는 취지의 기사를 냈습니다. 다만 이 기사 원문은 저희가 직접 열어 확인하지 못해, 본문에서는 6월 방송 발언을 기준으로 씁니다.
“거품이 아니다”의 편에 선 다른 목소리
한 사람의 의견만으로 글을 쓰면 위험합니다. 비슷한 결론을 낸 다른 주체가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한국은행 – “최소 2027년 상반기까지 확장 국면”
한국은행은 2026년 8월 27일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3.3%, 내년을 2.9%로 제시했습니다. 이동렬 조사국장은 공급 부족에 따른 반도체 확장 국면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진다는 가정을 전망에 반영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이뉴스24가 전한 8월 27일 한은 설명회 내용입니다.
쉽게 말해, 나라 경제를 계산하는 중앙은행이 “반도체 호황은 적어도 2027년 상반기까지”라고 공식 숫자에 넣었다는 뜻입니다. 2034년보다는 훨씬 짧지만, 방향은 같습니다.
KB자산운용 – “AI 속도 조절론은 과도한 우려”
육동휘 KB자산운용 ETF상품마케팅본부장은 2026년 9월 20일 한국경제TV 인터뷰에서, AI 속도 조절 이야기가 나오지만 데이터센터 확장이나 반도체 투자가 당장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AI 인프라 투자가 줄 것이라는 분석은 과도한 우려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경제TV의 9월 20일 인터뷰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발언은 자사 ETF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나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노스랜드 캐피털 – “AI 서비스 시장 2034년 4조 달러”
미국 투자사 노스랜드 캐피털 마켓은 2026년 9월 18일 보고서에서 AI를 빌려 쓰는 서비스 시장이 2027년 말 8,530억 달러에서 2034년 4조 달러로 커질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엔비디아·브로드컴·AMD의 데이터센터 반도체 수요 데이터를 근거로 삼았다고 합니다. 글로벌이코노믹의 9월 20일 보도를 옮긴 것으로, 보고서 원문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보고서도 ‘2034년’을 끝점으로 잡았다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나라의 두 기관이 같은 해를 언급한 셈입니다. 우연일 수 있지만, 시장이 대체로 ’10년 남짓’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남는 반론 세 가지
여기까지만 읽으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하지만 반대편 근거도 같은 무게로 봐야 합니다.
1. 같은 전문가가 말한 “후반부 한국 고전”
문 수석연구위원은 2034년까지 AI 혁명이 이어진다면서도, AI 후반부로 갈수록 미국 기업들이 점유율을 가져갈 가능성이 있고, 중국 역시 메모리를 만들어 수출하고 있어 한국 기업의 현재 위치가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파이낸셜뉴스의 6월 18일 기사에 담긴 내용입니다.
즉 “AI가 2034년까지 간다”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2034년까지 오른다”는 다른 문장입니다. 산업의 수명과 특정 회사의 점유율은 별개입니다.
2. 한국은행이 함께 적어 둔 나쁜 시나리오
한은은 좋은 경우와 나쁜 경우를 모두 숫자로 남겼습니다.
| 시나리오 | 2026년 성장률 | 2027년 성장률 |
|---|---|---|
| AI 수요가 예상보다 강할 때 | 기본 대비 +0.2%p | 기본 대비 +0.6%p |
| 빅테크 AI 투자 속도가 조정될 때 | 기본 대비 -0.1%p | 기본 대비 -0.4%p |
나쁜 시나리오의 조건은 명확합니다. AI 투자의 수익화가 늦어지고, 차입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경우입니다. 이 두 가지가 지금 시장에서 나오는 ‘거품론’의 핵심 논거이기도 합니다.
3. 과거 거품은 대개 1~2년 안에 조정을 받았다
반도체 시장 분석 기관 세미컨덕터 인텔리전스는 2026년 1월 글에서, PC·인터넷 같은 과거 신기술 붐도 결국 조정을 거쳤다며 AI 거품이 1~2년 안에 꺼질 가능성을 역사에서 찾았습니다. 다만 거품이 꺼져도 기술 자체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는 점도 함께 짚었습니다. 세미컨덕터 인텔리전스의 ‘AI Bubble?’ 분석입니다.
이 관점을 문 수석연구위원의 12년 논리와 겹쳐 보면 이렇게 됩니다. 기술 혁명은 12년을 가더라도, 그 중간에 주가 조정은 얼마든지 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넷 혁명 18년 안에 2000년 닷컴 붕괴가 있었던 것과 같은 구조입니다.
하락장에서 장기 투자자가 무엇을 다르게 보는지는 AI 회의론에 흔들리는 나스닥을 장기 투자자가 다르게 보는 이유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지금 시장은 어디쯤일까
참고로 2026년 9월 4일 코스피는 6,687.21에 마감했고, 삼성전자는 25만5,500원, SK하이닉스는 164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가 진정되고 9월 금리 동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반도체 투자심리가 개선된 날이었습니다. 더나은미래의 9월 4일 마감 시황입니다. 이후 종가는 변동이 있으므로 최신 수치는 거래소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문 수석연구위원은 6월 방송에서 미국 경기 확장이 71개월째이며 2027년 6월까지는 기업 실적 증가와 주가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동시에 한국보다 미국 증시의 상승 강도가 더 강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 부분은 전망이지 확정된 사실이 아닙니다.
독자가 직접 확인할 지표 5가지
“거품이다, 아니다”를 놓고 감정적으로 다투기보다, 아래 지표가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지 보는 편이 낫습니다.
① 2027년 6월 – 문 수석연구위원이 말한 실적·주가 상승 구간의 끝입니다. 이 시점 전후로 반도체 기업 실적 증가율이 꺾이는지 봐야 합니다.
② 2027년 말 데이터센터 반도체 출하 – 노스랜드 보고서를 전한 기사도 엔비디아·브로드컴·AMD의 2027년 말 출하 실적이 시장 규모 추정의 첫 검증 기준이 된다고 짚었습니다.
③ 빅테크의 설비투자 발표 – 한은의 나쁜 시나리오는 ‘빅테크 AI 투자 속도 조정’에서 시작합니다. 분기 실적 때 나오는 투자 계획이 줄어드는지가 핵심입니다.
④ 메모리 가격과 공급 확대 속도 – 한은은 2027년 하반기 이후는 AI 수요 지속 여부와 반도체 기업의 공급 확대 속도가 좌우한다고 했습니다. 공급이 빨리 늘면 가격이 먼저 꺾입니다.
⑤ 중국 메모리의 수출 확대 – 산업이 2034년까지 가더라도 한국 기업의 몫이 줄어드는 경로입니다. 문 수석연구위원 본인이 지목한 위험입니다.
주의할 점
이 글의 ‘2034년’은 한 증권사 연구위원과 한 미국 투자사의 전망을 옮긴 것이며, 어느 기관도 특정 종목의 주가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반도체 주식은 2026년 들어서도 단기간에 두 자릿수 등락을 반복했습니다. 레버리지 상품이나 빚을 낸 투자는 전망이 맞더라도 중간 조정에서 손실이 확정될 수 있습니다.
정리
“AI 거품론은 기우”라는 주장은 세 가지 근거 위에 서 있습니다. 과거 기술 혁명의 길이, 중앙은행이 공식 전망에 넣은 확장 국면, 그리고 데이터센터 반도체 수요를 근거로 한 해외 투자사의 추산입니다.
동시에 그 주장을 한 전문가 스스로 후반부 한국 반도체의 고전 가능성을 열어 뒀고, 한은은 나쁜 시나리오를 숫자로 남겼습니다. 2034년까지 산업이 성장하는 것과 지금 산 주식이 그때까지 오르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다음 확인 시점은 2027년 6월과 2027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