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마트에서 크래미를 집으려는데 매대가 텅 비어 있더군요.
집에 와서 커뮤니티를 열어보니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토종 기업을 지키자는 애국 테마주 매수 운동이 번지고 있었습니다.
어디서 시작됐고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차분하게 정리했습니다.
방아쇠는 상장폐지 요건 강화였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이달부터 상장 유지 기준을 손봤습니다.
코스피 상장사의 시가총액 유지 기준이 20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올랐어요.
코스닥은 200억 원이 기준입니다.
이 선을 일정 기간 넘기지 못하면 퇴출 절차를 밟게 됩니다.
구체적으로는 코스피 시총이 30거래일 연속 300억 원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됩니다.
이후에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수순이죠.
문제는 기준선 근처에 있던 오래된 중소형 상장사들이었습니다.
7월 1일 기준으로 한성기업 시총이 267억 원, 모나미가 238억 원이었거든요.
이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 종목 게시판과 소셜미디어가 움직였습니다.
오랫동안 사회에 기여한 국내 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퍼졌어요.
착한 기업의 물건을 팔아주는 소비 운동을 흔히 돈쭐이라고 부르죠. 이번에는 제품 구매에 그치지 않고 주식 매수 인증까지 이어졌습니다. 한 주라도 사서 시가총액을 떠받치자는 흐름이 만들어진 겁니다.
시작은 크래미 한 봉지였습니다
불꽃을 당긴 건 수산물 가공업체 한성기업이었습니다.
25년 동안 6·25전쟁 유엔군 참전용사를 위한 음악회를 후원해 왔다는 사실이 재조명됐어요.
임우근 회장이 주도한 영웅을 위한 음악회가 알려지면서 애국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습니다.
대표 제품인 크래미 구매 인증과 주식 매수 인증이 나란히 올라왔죠.
자사 온라인몰에서는 주문이 몰려 일부 제품 배송이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주가는 7월 1일 4,300원에서 16일 1만 4,520원으로 237.7%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267억 원에서 902억 원으로 불었어요.
상장폐지 기준선을 세 배 가까이 넘긴 셈입니다.
다음 차례는 모나미였습니다.
1963년 국내 최초 국산 볼펜 153을 내놓은 기업이라는 상징성이 다시 회자됐어요.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 당시 대체 브랜드로 주목받았던 이력도 거론됐습니다.
7월 7일 248억 원이던 시총이 집단 매수 하루 만에 300억 원 선을 회복했습니다.
애국 테마주 TOP10, 성격이 두 갈래로 갈립니다
한 묶음으로 보면 판단이 흐려집니다.
상폐 기준선에 걸린 소형주와 상징성으로 엮인 중대형주는 완전히 다른 종목이에요.
| 구분 | 종목 | 거론된 배경 |
|---|---|---|
| 상폐 위기군 | 한성기업 | 25년간 유엔 참전용사 음악회 후원, 테마 시초격 |
| 상폐 위기군 | 모나미 | 153 볼펜, 2019년 불매운동 당시 대체 브랜드 |
| 상폐 위기군 | 에넥스 | 아동 보육시설·복지기관 가구 기부 재조명 |
| 상폐 위기군 | 진영 | 독도협회 후원 활동 부각 |
| 토종 브랜드 | 비비안 | 국내 장수 속옷 브랜드 |
| 토종 브랜드 | 모나리자 | 생활용품 토종 브랜드 상징성 |
| 토종 브랜드 | PN풍년 | 압력솥 등 오랜 업력의 주방 브랜드 |
| 토종 브랜드 | 좋은사람들 | 국산 의류 브랜드로 언급 |
| 장수·사회공헌 | 동화약품 | 국내 최고령 제약사라는 역사성 |
| 장수·사회공헌 | 경방 | 1919년 설립된 국내 대표 장수 기업 |
이 밖에 손오공, 주연테크 같은 종목도 흐름에 올라탔습니다.
한미반도체, 유한양행, 삼천당제약처럼 규모가 큰 기업이 함께 묶이기도 했어요.
다만 뒤로 갈수록 연결고리가 느슨해집니다.
애국 기업이라고 볼 만한 근거가 뚜렷하지 않은데도 주가가 급등한 사례가 나왔거든요.
지금 관리종목이나 투자경고 지정 여부는 공시로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수 전에 꼭 보고 가세요.
거래소가 브레이크를 걸었습니다
급등에는 대가가 따랐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시장감시규정에 따라 잇달아 제동을 걸었어요.
| 날짜 | 한성기업 | 모나미 |
|---|---|---|
| 7월 13일 | 투자경고종목 지정 | – |
| 7월 14일 | 매매거래정지 예고 | 투자경고종목 지정 |
| 7월 15일 | 가격제한폭까지 상승 | 매매거래정지 예고 |
| 7월 16일 | 하루 매매거래 정지 | 종가 3,730원 |
| 7월 20일 | 6.82% 하락 | 하루 매매거래 정지 |
| 7월 21일 | – | 거래 재개 첫날 하한가 |
거래정지 사유는 명확합니다.
투자경고종목 지정 이후 주가가 이틀간 40% 이상 급등했기 때문이에요.
모나미의 재개 첫날 흐름이 특히 상징적이었습니다.
정지 하루 뒤 거래가 열리자마자 하한가로 직행했거든요.
같은 날 에넥스는 24% 급락했고, 주연테크는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테마 안에서도 하루 만에 희비가 갈리는 국면으로 넘어간 겁니다.
실적은 어떤가,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중요한 대목입니다.
급등한 종목 대부분은 실적 개선이나 신규 사업 발표가 없었어요.
움직인 건 기업의 역사와 미담이었습니다.
수급이 만든 상승이라는 뜻이죠.
모나미를 예로 들면 2023년 이후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 중입니다.
2024년 38억 원, 지난해 59억 원, 올해 1분기에도 27억 원의 영업손실이 났어요.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지난해 ESG 종합등급 최하위인 D를 받기도 했습니다.
오너 3세와 그의 모친이 지분 99.5%를 보유한 물류회사와의 내부거래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한성기업 역시 원재료 가격 상승과 수익성 악화로 실적 부진을 겪어왔습니다.
올해 초까지는 시총 300억 원을 유지했지만 5월 말부터 200억 원대로 내려앉았죠.
- 기업을 응원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제품 구매입니다
- 주식 매수는 내 노후 자금이 걸린 별개의 의사결정입니다
- 수급으로 오른 주가는 수급이 빠지면 그대로 되돌아옵니다
- 투자경고종목은 언제든 하루 거래정지가 걸릴 수 있습니다
- 고점에서 들어간 뒤에는 팔고 싶어도 매수세가 없을 수 있습니다
감성 말고 숫자로 고르는 방법도 함께 보시면 균형이 잡힙니다.
저는 딱 1주만 샀습니다
솔직히 저도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크래미를 사면서 문득 주식 창을 열었거든요.
그런데 손이 멈추더군요.
2019년 불매운동 때 관련주를 따라 샀다가 크게 데인 기억이 떠올랐어요.
그때도 명분은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식자 주가는 시작점보다 아래로 내려갔죠.
이번에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응원하는 마음은 딱 1주로 표현하고, 나머지는 제품 구매로 돌렸어요.
1주를 사두니 그 회사 뉴스를 자연스럽게 챙겨 보게 되더군요.
손실이 나도 밥값 수준이라 마음이 편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7월 21일 하한가를 보면서 안도했습니다.
비중을 크게 실었다면 지금쯤 잠을 설쳤을 겁니다.
손실 난 종목을 못 놓는 심리, 남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개인투자자가 사면 정말 상장폐지를 막을 수 있나요?
시가총액 기준만 놓고 보면 일시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실제로 한성기업과 모나미는 매수세 유입으로 기준선을 넘어섰어요. 다만 상장 유지 요건은 시총 하나가 아닙니다. 매출액, 감사의견, 자본잠식 등 다른 항목도 함께 봅니다. 그리고 수급이 빠지면 시총도 다시 내려갑니다.
Q2.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면 어떤 불이익이 있나요?
우선 위탁증거금을 100% 납부해야 해서 미수 거래가 불가능해집니다. 신용융자로 매수하는 것도 제한됩니다. 여기에 지정 이후 주가가 추가로 크게 오르면 하루 동안 매매거래가 정지될 수 있어요. 정지 기간에는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다는 점이 가장 부담스러운 대목입니다.
Q3. 지금 들어가도 될까요?
이미 여러 종목이 거래정지와 급락을 겪은 뒤입니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급만으로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시면 좋겠습니다. 굳이 참여하신다면 없어도 되는 금액, 말 그대로 응원의 의미로 감당 가능한 수준까지만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손실이 나도 생활에 영향이 없어야 합니다.
마무리
정리하겠습니다.
상장폐지 기준 강화가 방아쇠가 됐고, 토종 기업을 지키자는 응원 매수가 번졌습니다.
한성기업과 모나미는 실제로 기준선을 넘어섰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분명 의미 있는 일이었죠.
다만 거래소는 이미 투자경고와 거래정지로 여러 차례 경고음을 냈습니다.
실적이 따라오지 않은 상승이라는 점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마음은 응원하되 지갑은 냉정하게.
애국 테마주를 볼 때 제가 지키려는 최소한의 원칙입니다.
큰손들은 어떤 종목을 담았는지 궁금하시다면 이 글도 함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