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브레이커로 거래가 멈춘 20분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게 가장 이상한 경험이었습니다.
석 달 동안 오른 게 하루에 사라지는 걸 눈으로 봤습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다음 날 어떤 착각을 했는지 적어봅니다.
7월 28일이었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폭락이라는 검색어가 하루 종일 상위에 있었습니다.
초대형주 두 종목이 나란히 두 자릿수로 빠졌습니다.
이런 날은 뉴스를 찾아보기 전에 계좌부터 닫는 게 맞았습니다.
그날 숫자부터
| 구분 | 7월 28일 종가 | 등락률 |
|---|---|---|
| 삼성전자 | 22만원 | -13.39% |
| SK하이닉스 | 155만원 | -14.65% |
| 코스피 | 6,023.66 | -10.84% |
장 초반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삼성전자가 8.46% 내린 23만 2500원, SK하이닉스가 10.02% 내린 163만 4000원에서 출발했습니다.
삼성전자가 23만원대로 내려온 건 5월 4일 이후 두 달여 만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도 5월 초 종가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오전 9시 6분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그래도 하락이 멈추지 않자 오전 10시 이후 서킷브레이커가 걸리며 매매가 20분간 중단됐습니다.
그날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4조 8000억원을 넘었습니다.
석 달간의 상승분이 사실상 하루에 되돌아갔습니다.
아침에 찾아본 원인 세 가지
하나, 중국의 노광장비 양산 소식
가장 직접적인 방아쇠였습니다.
간밤 미국의 한 온라인 매체가 중국이 심자외선 노광장비 양산에 돌입했다고 전했습니다.
네덜란드 ASML이 주로 생산하는 극자외선 장비의 직전 세대에 해당하는 설비입니다.
그동안 중국의 약점으로 꼽혀온 분야였습니다.
전날 창신메모리 상장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중국 반도체 자립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우려가 이틀 연속 시장을 눌렀습니다.
둘, 미국 반도체주의 연쇄 약세
간밤 뉴욕에서도 반도체가 밀렸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급락하며 나스닥이 약세로 마감했습니다.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준 것도 심리에 영향을 줬습니다.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가 공모가를 밑돈 점도 겹쳤습니다.
셋, AI 순환 투자 우려
가장 근본적인 배경입니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대규모 자금 조달을 지원한다는 소식 이후 순환금융 논란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AI 수요가 실제 수요인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수요인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메모리 수요의 지속성에 물음표가 붙으면 우리 대형주가 가장 먼저 흔들립니다.
다음 날 아침, 저는 착각했습니다
7월 29일 장이 열리기 전 SK하이닉스가 2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57.2% 늘어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었습니다.
저는 이걸 보고 반등을 확신했습니다.
실제로 코스피는 장 초반 6228.52까지 오르며 상승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오전 10시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약세로 돌아섰습니다.
오전 10시 55분에는 다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오전 11시 29분 기준 코스피는 4.60% 내린 5746.28을 기록했습니다.
전날 14.65% 빠진 SK하이닉스가 9% 추가로 밀렸습니다.
⚠️ 제가 반복한 실수
- 사상 최대 실적이 나왔으니 오를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장 초반 상승을 추세 전환으로 읽었습니다
- 이번 달에만 같은 실수를 세 번 했습니다
- 지금 시장은 실적이 아니라 수급이 방향을 정하고 있었습니다
개인마저 팔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눈여겨본 대목은 여기였습니다.
과거 하락장에서는 개인 매수세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연이틀 폭락이 이어지자 개인의 매도세가 집중됐습니다.
받아내던 쪽이 던지는 쪽으로 돌아선 것입니다.
이 전환은 두 가지로 해석됩니다.
공포가 극에 달했다는 신호일 수도 있고, 버틸 여력이 소진됐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매도의 상당 부분은 판단이 아니라 압박에서 나오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신용융자를 얹은 계좌는 담보비율이 무너지면 선택권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이 국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건 종목이 아니라 빚입니다.
수급 흐름은 원본 데이터로 직접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석 달치가 사라진다는 것
숫자로만 보면 하루 13%입니다.
그런데 의미를 풀어보면 다릅니다.
두 종목 모두 석 달 전 가격으로 돌아갔습니다.
5월에 매수한 분들은 원점, 6월과 7월에 들어간 분들은 손실 구간입니다.
회복 계산도 해봤습니다.
13.39% 하락을 원금까지 되돌리려면 15.5% 상승이 필요합니다.
14.65% 하락은 17.2% 상승이 있어야 본전입니다.
빠진 만큼만 오르면 회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번에 다시 확인했습니다.
증권가는 뭐라고 하나
공포 속에서도 균형을 잡으려면 반대편 시각도 봐야 합니다.
증권가는 이번 조정을 단기 변동성으로 해석하는 분위기입니다.
하반기 고대역폭메모리 수요와 장기공급계약, 주주환원 정책이 확인되면 시장의 우려가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 근거입니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7% 늘었고 영업이익은 557% 급증했습니다.
그럼에도 주가는 빠졌습니다.
이 괴리를 어떻게 볼지가 관건입니다.
저는 실적이 문제가 아니라 밸류에이션 논리가 흔들린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 지금 확인할 지점
- 외국인 순매도가 며칠 연속으로 멈추는지
- 하반기 고대역폭메모리 장기공급계약이 공개되는지
- 미국 빅테크의 설비투자 계획이 확대인지 속도 조절인지
- 개인 매도세가 진정되는지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것
방향을 맞히려는 시도는 이번 달에 이미 여러 번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예측 대신 정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첫째, 신용융자를 전부 없앴습니다.
반등을 기다릴 시간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반도체 비중을 세어봤습니다.
계좌의 대부분이 한 업종에 몰려 있었다는 걸 이제야 확인했습니다.
셋째, 매수 계획을 종이에 적었습니다.
장중에 판단하면 매번 감정이 이겼습니다.
넷째, 계좌 확인 횟수를 줄였습니다.
하루에 스무 번 보면 하루에 스무 번 흔들립니다.
❗ 이 국면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
- 손실을 만회하려고 신용융자나 대출을 늘리는 것
- 사상 최대 실적만 보고 전액을 몰아 넣는 것
- 공포에 전량 정리한 뒤 반등 구간에 다시 고점 매수하는 것
- 생활비나 전세금이 계좌에 들어가 있는 상태로 버티는 것
자주 묻는 질문
Q1. 사상 최대 실적인데 왜 주가가 빠졌나요?
주가에 이미 반영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7%, 영업이익은 557% 증가했지만 시장의 높아진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중국의 노광장비 양산 소식과 AI 순환 투자 우려가 겹치면서 실적 호조가 묻혔습니다. 지금 시장이 묻는 건 지난 분기가 아니라 앞으로의 지속성입니다.
Q2. 개인이 팔기 시작한 건 어떤 신호인가요?
해석이 갈립니다. 과거 하락장에서는 개인 매수세가 주가를 받쳤는데 연이틀 폭락에 개인 매도세가 집중됐습니다. 공포가 정점에 달했다는 신호로 볼 수도 있고, 버틸 여력이 소진됐다는 신호로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신용융자 계좌는 담보비율이 무너지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정리되므로, 매도량 자체를 심리 지표로만 읽기는 어렵습니다.
Q3. 지금 사도 될까요?
확인할 것이 남아 있습니다. 증권가는 하반기 고대역폭메모리 수요와 장기공급계약, 주주환원 정책이 확인되면 우려가 완화될 것으로 보지만, 아직 외국인 순매도가 멈추지 않았습니다. 13.39% 하락은 15.5% 상승이 있어야 회복되고 14.65% 하락은 17.2%가 필요합니다. 한 번에 넣기보다 하락 구간별로 나눠 넣는 규칙을 미리 정해두시길 권합니다.
마무리
이틀 동안 배운 게 하나 있습니다.
실적이 좋아도 수급이 나쁘면 주가는 빠진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번 달에만 실적을 근거로 세 번 판단했고 세 번 다 틀렸습니다.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건 기업 성적표가 아니라 자금의 방향이었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폭락은 예측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중국의 장비 양산 소식을 미리 알 방법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건 빚을 정리하고, 비중을 확인하고, 계획을 적어두는 일뿐입니다.
견딜 수 있는 크기로 남아 있어야 다음 국면에서 선택권이 생깁니다.
공식 자료는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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