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거래 정지 안내가 뜨는 걸 보고 한참 화면만 바라봤습니다.
하루에 지수 732포인트가 빠지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무엇이 이 낙폭을 만들었는지, 지금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
7월 28일 코스피가 10.84% 급락했습니다.
1980년 집계 이래 역대 4번째 하락률입니다.
방아쇠는 하루 전 중국에서 있었던 상장이었습니다.
CXMT 수급 충격이라는 표현이 하루 만에 시장 언어가 됐습니다.
7월 28일, 무슨 일이 있었나
장 시작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습니다.
355.48포인트 내린 6400.27로 개장했고, 낙폭은 계속 커졌습니다.
오전 9시 6분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오전 10시 13분께는 30분간 거래가 정지되는 서킷브레이커까지 걸렸습니다.
코스피 역사상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총 14차례입니다.
그중 올해에만 8번째였습니다.
종가는 732.09포인트 급락한 6023.66이었습니다.
6000선이 눈앞까지 왔습니다.
| 날짜 | 코스피 등락 | 외국인 순매도 |
|---|---|---|
| 7월 24일 | -5.72% | 3조 2,683억원 |
| 7월 27일 | +0.97% (6,755.75) | 2조 8,850억원 |
| 7월 28일 | -10.84% (6,023.66) | 4조 9,592억원 |
사흘 만에 외국인이 11조원 넘게 팔았습니다.
27일은 지수가 올랐는데도 외국인은 2조 8850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매도 종목도 반도체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물론 현대차, KB금융, 삼성바이오로직스, NAVER, 셀트리온, SK텔레콤, POSCO홀딩스, 하이브까지 포함됐습니다.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개별 종목 평가가 아니라 한국 비중 자체를 줄이는 움직임이었습니다.
왜 이 정도로 무너졌을까
패시브 펀드의 기계적 매도
이 대목이 이번 사태의 핵심입니다.
글로벌 반도체 펀드는 대형 기업이 새로 상장하면 그 주식을 담아야 합니다.
그런데 펀드 규모는 정해져 있습니다.
새 종목을 편입하려면 기존에 들고 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팔아 비중을 낮춰야 합니다.
CXMT는 상장 첫날 시가총액 3조 3000억 위안으로 중국 A주 1위에 올랐습니다.
이 정도 규모가 새로 들어오면 기존 보유 종목의 조정 폭도 그만큼 커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이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나 전망과 무관한 매도라는 것입니다.
펀드 규칙에 따라 기계적으로 나오는 물량입니다.
그래서 좋은 소식이 나와도 매도가 멈추지 않았습니다.
💡 27일 장면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 주말 사이 한미 기업들이 9500억 달러 규모 반도체 협력 프로젝트 추진을 발표했습니다
- 우리 돈 약 1375조원 규모의 대형 호재였습니다
- 그런데 코스피는 1.73% 올라 출발했다가 장중 6557.39까지 밀렸습니다
- 호재가 수급을 이기지 못한 하루였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CXMT의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 지난 6월부터 중국계 헤지펀드들이 보유한 해외 반도체 주식을 매도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전에 자금이 이동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뜻입니다.
DUV 노광장비 소식이 결정타였습니다
28일 낙폭을 키운 건 상장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CXMT가 심자외선 노광장비 양산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이어진 것입니다.
노광장비는 반도체 제조의 핵심 설비입니다.
그동안 중국의 약점으로 꼽혀온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소식은 중국의 반도체 자립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우려로 번졌습니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빠른 기술 개발 속도가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수급 데이터는 원본으로 직접 확인하는 편이 가장 정확합니다.
진짜 타격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하루 낙폭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평가하는 방식 자체가 흔들렸다는 점입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오랫동안 사이클 산업으로 분류됐습니다.
업황이 몇 년 주기로 오르내리니 주가수익비율로 평가하기 어렵고, 장치산업에 쓰는 주가순자산비율로 봐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런데 AI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바뀌었습니다.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고 장기 공급계약이 늘어나자, 이제는 주가순자산비율이 아니라 주가수익비율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 논리가 그동안 두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린 근거 중 하나였습니다.
사이클 산업에서 벗어났다는 재평가, 이른바 리레이팅입니다.
그런데 리레이팅에는 전제가 있습니다
대체 불가능성, 즉 해자가 있어야 합니다.
아무나 못 만드는 제품이어야 사이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D램과 낸드가 표준화된 상품이라는 점입니다.
CXMT의 상장과 공격적인 증설 목표는 수년 뒤 치열한 가격 경쟁을 암시합니다.
경쟁이 심해지면 다시 사이클 산업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면 리레이팅의 근거 자체가 사라집니다.
이번 폭락이 단순한 수급 사건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평가 방식을 바꾼 전제가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반등 가능성과 그 한계
그렇다고 비관만 할 일은 아닙니다.
증권가에서도 단기 반등 가능성은 높게 봅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급락 이후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낙폭 과대, 공매도 환매, 선물 숏커버링, ETF 리밸런싱만으로도 반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번 주 일정도 변수입니다.
미국 빅테크 실적과 설비투자 가이던스, 연준 통화정책 결정이 몰려 있습니다.
견조한 실적이나 투자 계획이 확인되면 한 방향으로 기울어진 포지션이 빠르게 되감길 수 있다는 진단입니다.
과거 통계도 반등 쪽에 무게를 실어줍니다.
| 반등 근거 | 하방 위험 |
|---|---|
| 역대 하락률 상위 10일 중 2008년 10월 16일을 제외하고 모두 다음 거래일 반등 | 2008년 10월 23일 -7.48% 뒤 다음날 -10.57% 사례 존재 |
| 공매도 환매·숏커버링 등 기술적 요인 | 2026년 3월 3일 -7.24% 뒤 다음날 -12.06% 사례 존재 |
| 미국 빅테크 실적과 CapEx 가이던스 확인 | 주당순이익 하향 조정 본격화 가능성 |
|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이 역사적 하단 하회 | 낮은 밸류에이션만으로는 추세 전환 판단 어려움 |
표 오른쪽을 반드시 함께 보셔야 합니다.
급락 다음 날 더 큰 급락이 나온 사례도 실제로 있었습니다.
김 연구원은 밸류에이션에 대해서도 신중한 진단을 내놨습니다.
가격 부담은 상당 부분 완화됐지만 낮은 주가수익비율만으로 추세 전환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주당순이익 하향 조정이 본격화되면 지금의 낮은 배수도 충분한 안전판이 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싸 보이는 것과 싼 것은 다르다는 뜻입니다.
다만 실체는 나눠서 봐야 합니다
공포와 사실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CXMT의 현재 위치는 이렇습니다.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3%에서 8%로 끌어올렸습니다.
성장 속도는 분명 빠릅니다.
다만 AI용 고대역폭메모리 같은 첨단 메모리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2~3년가량 뒤처져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금 당장 HBM 시장을 뺏기는 상황은 아닙니다.
즉 이번 하락은 현재 실적이 아니라 수년 뒤 경쟁 구도에 대한 선반영입니다.
그 선반영이 하루 10.84%로 나타난 것입니다.
⚠️ 이런 국면에서 반복되는 실수
- 서킷브레이커 직후 공포에 전량 매도하고 반등 구간에 다시 매수
- 역대급 하락이라는 표현만 보고 바닥이라 단정하는 것
- 손실을 만회하려고 레버리지 비중을 늘리는 것
- 하루 등락에 맞춰 매매 계획을 매일 바꾸는 것
지금 확인해야 할 것
방향을 예측하기보다 점검부터 하는 편이 실용적입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첫째, 신용융자 여부를 확인합니다.
하루 10% 넘게 빠지는 국면에서 빚을 얹고 있으면 반등을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둘째, 3년 안에 쓸 돈이 들어가 있는지 봅니다.
회복 기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구간이라 먼저 빼는 게 순서입니다.
셋째, 확인 지점을 정합니다.
이번 주 미국 빅테크 실적과 설비투자 계획, 그리고 외국인 순매도가 며칠 연속으로 멈추는지가 첫 신호입니다.
넷째, 매매 계획을 숫자로 적어둡니다.
그 자리에서 정하면 대부분 공포나 조급함에 휘둘립니다.
현금 비중을 어떻게 잡을지 따로 정리해뒀습니다. 지금 상황에 참고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CXMT 상장이 왜 우리 증시를 이렇게 흔드나요?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수급입니다. 글로벌 반도체 펀드는 대형 기업이 상장하면 그 주식을 담기 위해 기존 보유분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계적으로 매도해 비중을 낮춥니다. CXMT는 상장 첫날 시총 3조 3000억 위안으로 중국 A주 1위에 올랐습니다. 다른 하나는 경쟁 우려로, 공격적 증설이 수년 뒤 가격 경쟁을 암시하면서 리레이팅 논리를 흔들었습니다.
Q2. 내일은 반등할까요?
과거 통계는 반등 쪽에 무게가 실립니다. 역대 하락률 상위 10거래일 중 2008년 10월 16일을 제외하면 모두 다음 거래일에 반등했습니다. 다만 2008년 10월 23일과 2026년 3월 3일에는 급락 다음 날 더 큰 급락이 나왔습니다. 이번 주 미국 빅테크 실적과 설비투자 가이던스가 확인 변수입니다.
Q3.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하단이면 저가 매수 아닌가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이 역사적 하단인 5.3배를 하회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낮은 배수만으로 추세 전환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주당순이익 하향 조정이 본격화되면 분모가 줄어 배수는 다시 올라갑니다. 밸류에이션이 싸 보이는 것과 실제로 싼 것은 다릅니다.
마무리
어제 장을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개인이 대응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펀드 규칙에 따라 나오는 기계적 매도는 뉴스를 읽고 대응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닙니다.
CXMT 수급 충격은 현재 실적이 아니라 수년 뒤 경쟁 구도를 미리 반영한 사건입니다.
그래서 되돌림도 나올 수 있고, 반대로 논리가 굳어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예측이 아니라 점검입니다.
빚을 정리하고, 3년 안에 쓸 돈을 빼고, 확인 지점을 정해두시길 권합니다.
서둘러 판단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 주 실적 발표만 지켜봐도 정보는 훨씬 늘어납니다.
공식 자료는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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